아래는 운영자가 교단 신학교(Reformed Presbyterian Theological Seminary)을 졸업한 직후 한 단체의 소식지에 싣기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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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교단(RPCNA, Reformed Presbyterian Church of North America)의 뿌리는 3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유럽의 섬나라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합니다. 종교 개혁자 존 낙스로 유명한 이 나라에는 언약도(covenanters)라 불리는 믿음의 선조들 또한 존재했습니다. 존 칼빈이 제네바를 성시화 하려고 고군분투했다면, 존 낙스는 스코틀랜드 국가 전체의 개혁을 이끌었습니다. 존 낙스를 이은 언약도들은 그 땅의 믿음의 수호자였습니다. 킬링 타임(killing time)의 절정이던 1680년부터 1688년까지만도 거의 20,000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그들의 믿음으로 인해 그 땅에 묻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후예가 18세기 미국으로 정착하여 조금씩 기틀을 잡고 지켜온 것이 현재 제가 속한 교단입니다. 북미주 내에 90여 개의 교회들만이 존재하고 각 지역 교회들도 그리 큰 규모를 뽐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배울 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합니다. “개혁주의다, 장로회 주의다.”라는 말을 붙이기 전에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최고로 삼고, 그 말씀을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삶의 가장 큰 관심을 둡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따라 살려고 합니다. 개혁주의를 목 놓아 부르짖는 이들이 범할 수 있는 오류 중 하나는 머리에 지식만 가득 채운 큰 머리 기형 신학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껏 배우고 경험한 이들의 모습에서는 머리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가슴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가슴에서 손으로 (실천하는) 이어지는 세 박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아갑니다. 종교개혁의 강령 중 하나인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rolia)”과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의 가장 첫 번째 질문인 “인간의 제일 되는 목적”에 대한 답을 삶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서 이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모든 행실(베드로전서 1:15)에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을 말합니다.
셋째로, 가정을 강조합니다. 현대의 문명이 주는 가장 큰 폐해 중의 하나는 가정의 위치가 최 하위로 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가장 작으면서도 핵심적인 공동체’는 가정입니다. 청교도들이 가정을 “작은 교회”라고 불렀던 것에서 우리는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이들은 가족과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고 노력합니다. 특별히, 여전히 많은 개혁 교회들이 주일 예배만큼은 모든 세대가 함께 드리는 것을 강조합니다. 강압적인 분위기로 비쳐 보일 수도 있지만, 가정 예배를 통해 잘 훈련된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예배에 집중하고 말씀을 경청합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TV에서 방영되는 어른들의 드라마 내용을 쉬이 간파하고 기억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 어떠한 드라마나 영화보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어린이들의 “듣는 귀”에도 또한 허락되지 않았을까요?
넷째로, 참다운 교회 모습, 그리고 장로회 정치의 실천입니다. 벨직 신앙고백서에 나와 있는 바른 교회의 표지는 “말씀의 참된 선포,‛ ‚성례의 바른 시행,‛ 그리고 “권징의 신실한 시행”입니다. 각 주제의 내용을 살펴보려면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하나님께서 원하는 교회, 그리고 성경적인 교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우리가 열심을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작은 교단이지만, 성경적이고 역사적인 장로회 정치의 실례를 보여줍니다. 한국 기독교의 거즈음 반 정도가 장로교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장로회 정치를 구현하는 교회가 극소수인 점은 큰 아쉬움입니다.
다섯째로, 선교 지향적 교회와 그 삶입니다. 이 부분은 여러 미국 교회들의 강점 또는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많은 해외 선교사들을 파견한 나라이면서도 선교지에서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미국 교회들입니다. 저희 교단에서는 1900년대 초반, 만 명도 안 되는 교단 전체 인원 중 100여 명이 넘는 선교사들을 중국에 보내며 선교의 일선에 섰습니다. 교단의 크기에 비해 선교에 큰 비용과 인력을 현재까지도 동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한계와 선교 전략에 대한 자체적인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모든 종속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을 놓치지 않고 핵심에 두고 있습니다.
단지 몇 개의 기억나는 내용을 긁적여 보았습니다. 미국 기독교인과 그들의 교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그들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그리스도인도, 완전한 교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하나님의 백성들은 바른 순례자의 길을 걸어나가야 하며, 하나님의 공동체인 교회는 더욱 교회다워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하나님의 복음은 모든 족속을 향하여 뻗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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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Scotland, or I die.” – John Knox